
채권을 안전자산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2022년에는 미국 국채가 주식보다 더 많이 빠졌습니다. 그해 S&P 500은 총수익 기준으로 18.1% 내렸고, 만기 20년 이상 장기채 상품들은 그보다 큰 폭으로 내렸습니다.
더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그해 금리가 가장 많이 오른 구간은 단기였는데, 가장 크게 깨진 구간은 장기였습니다. 이 둘이 어긋나는 이유가 오늘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2022년에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미국 재무부가 매일 공시하는 국채 수익률 곡선에서 2021년 말과 2022년 말을 그대로 뽑으면 이렇습니다.
| 만기 | 2021-12-31 | 2022-12-30 | 상승폭 |
|---|---|---|---|
| 2년 | 0.73% | 4.41% | +368bp |
| 5년 | 1.26% | 3.99% | +273bp |
| 10년 | 1.52% | 3.88% | +236bp |
| 20년 | 1.94% | 4.14% | +220bp |
| 30년 | 1.90% | 3.97% | +207bp |
2년물 금리는 3.68%포인트 올랐고 30년물은 2.07%포인트 올랐습니다. 상승폭만 보면 단기가 장기보다 1.8배 컸습니다.
그런데 그해 채권 지수 성적은 반대였습니다. 블룸버그 미국 종합채권지수는 -13.01%로 1976년 산출을 시작한 이래 최악이었고, 장기 국채·크레딧 지수는 -27.09%였습니다. 금리가 덜 오른 쪽이 두 배 넘게 깨졌습니다.
같은 금리 상승에 왜 만기별로 손실이 다를까요?
채권의 구조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쿠폰은 발행할 때 고정되고, 시장 금리는 매일 바뀝니다. 이미 발행된 채권의 이자는 그대로인데 새로 나오는 채권이 더 준다면, 옛 채권은 값을 깎아야 팔립니다. 여기까지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덜 알려진 건 얼마나 깎이는지입니다. 그 크기는 남은 기간에 받을 현금을 오늘 가치로 되돌릴 때 정해집니다. 30년 뒤의 100원은 30년치 할인을 받고, 2년 뒤의 100원은 2년치만 받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먼 미래의 현금일수록 더 크게 깎입니다.
실제로 계산해 보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2021년 말 조건으로 발행된 채권을 2022년 말 금리로 다시 값을 매긴 결과입니다.
2년 국채 (쿠폰 0.75%)
2021말 100.04 → 2022말 93.07 가격 -7.0%
10년 국채 (쿠폰 1.375%)
2021말 98.66 → 2022말 79.40 가격 -19.5%
30년 국채 (쿠폰 1.875%)
2021말 99.43 → 2022말 63.46 가격 -36.2%
금리 상승폭은 2년물이 30년물의 1.8배였는데, 가격 하락은 30년물이 2년물의 5.2배였습니다. 같은 사건이 만기에 따라 전혀 다른 크기로 도착합니다.

듀레이션은 무엇을 재는 숫자인가요?
이 민감도를 하나의 숫자로 만든 것이 듀레이션입니다. 흔히 만기와 혼동되는데 다릅니다. 만기는 마지막 원금을 받는 날이고, 듀레이션은 이자까지 포함해 현금을 평균적으로 언제 받는가입니다.
위에서 계산한 세 채권의 듀레이션은 이렇습니다.
| 채권 | 만기 | 수정 듀레이션 | 실제 가격 변화 |
|---|---|---|---|
| 2년 국채 | 2년 | 2.0년 | -7.0% |
| 10년 국채 | 10년 | 9.3년 | -19.5% |
| 30년 국채 | 30년 | 22.8년 | -36.2% |
쓰는 법은 곱셈 하나입니다. 가격 변화율은 대략 듀레이션에 금리 변화폭을 곱한 값입니다. 30년 국채라면 22.8 곱하기 2.07%포인트이니 약 47% 하락이 나옵니다.
가격 변화율 ≈ − 수정 듀레이션 × 금리 변화폭
30년 국채: − 22.8 × 2.07%p = −47.3% (근사)
실제 계산: −36.2% (정확)
차이: 11.1%p
근사와 실제가 11%포인트 벌어집니다. 이 차이가 볼록성입니다. 금리가 많이 오를수록 듀레이션 공식은 손실을 과대하게 잡습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의 관계가 직선이 아니라 아래로 볼록한 곡선이기 때문입니다. 금리 변화가 작을 때는 듀레이션만으로 충분하고, 2022년처럼 크게 움직인 해에는 이 보정이 필요합니다.
그럼 안전자산이라는 말은 틀린 건가요?
틀리지 않았습니다. 가리키는 위험이 다를 뿐입니다.
- 신용위험은 돈을 떼일 위험입니다. 미국 국채는 이 위험이 사실상 없다고 봅니다. 2022년에 30년 국채를 사서 만기까지 들고 있기로 한 사람은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받습니다. 그 사람에게 그해 가격 하락은 장부상의 숫자입니다.
- 금리위험은 중간에 팔 때 값이 달라지는 위험입니다. 이건 만기가 길수록 커집니다. 2022년에 깨진 것은 전부 이쪽입니다.
문제는 두 위험이 같은 단어에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안전자산이라는 말을 듣고 가격이 안 떨어진다로 읽으면, 만기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장기채를 사게 됩니다. 실제로 손실이 난 자리는 신용이 아니라 만기였습니다.
이익이 먼 미래에 몰린 기업일수록 할인을 더 받는다는 이야기를 주식 쪽에서 한 적이 있는데, 채권에서는 그 먼 미래가 만기라는 이름으로 계약서에 적혀 있을 뿐입니다. 두 자산에서 같은 계산기가 돌아갑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
맞는 말이고, 절반만 맞습니다. 2021년 말에 30년 국채를 사서 끝까지 들고 있기로 한 사람은 액면 100을 돌려받습니다. 떼이지 않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확정해 버린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해 산 30년 국채의 수익률은 연 1.90%이고, 이 숫자는 30년 동안 바뀌지 않습니다.
1년 뒤 같은 채권의 시장 수익률은 3.97%였습니다. 두 수익률을 30년 굴리면 이렇게 벌어집니다.
100원을 30년간 굴렸을 때
연 1.90% → 176원
연 3.97% → 322원
차이 146원 (1.83배)
가격이 회복되든 말든 이 차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장부에 손실로 찍히지 않을 뿐입니다. 만기 보유는 손실을 없애는 게 아니라 손실의 이름을 바꿉니다. 가격 하락이라는 이름이 낮은 수익률에 30년 묶였다는 이름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만기 보유가 답이 되는 조건은 하나입니다. 그 돈을 정말 30년간 쓰지 않아도 되고, 그 기간에 더 나은 곳에 넣을 계획이 없을 때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아니라면 만기 보유는 위로일 뿐 해법이 아닙니다.
주식과 채권이 같이 떨어진 해는 왜 생겼나요?
2022년에 60 대 40으로 나눠 담은 포트폴리오는 16% 넘게 내렸습니다. 주식이 빠질 때 채권이 받쳐 준다는 전제가 그해에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두 자산이 서로 다른 계산기를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식 가격도 미래에 들어올 현금을 오늘 가치로 되돌려 매깁니다. 채권은 그 현금이 쿠폰과 원금으로 계약서에 적혀 있고, 주식은 추정치일 뿐입니다. 할인율이 같이 오르면 둘 다 깎입니다.
다른 점은 무엇이 떨어지느냐입니다. 경기가 나빠서 주식이 빠지는 국면에서는 금리도 같이 내려가니 채권이 오릅니다. 분산이 작동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2022년처럼 금리 자체가 올라서 빠지는 국면에서는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자세한 주식 쪽 원리는 금리가 오르면 왜 성장주가 더 빠질까에 적어 두었습니다.
채권을 살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나요?
이름과 등급보다 먼저 볼 것이 있습니다. 네 가지입니다.
- 만기가 아니라 듀레이션을 봅니다. 채권형 펀드나 ETF는 설명서에 평균 듀레이션이 적혀 있습니다. 그 숫자가 곧 금리 1%포인트당 예상 손익률입니다. 듀레이션 17이면 1%포인트에 약 17%가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 만기까지 들고 있을 수 있는 돈인지 먼저 정합니다. 중간에 써야 할 돈이라면 금리위험이 그대로 내 위험이 됩니다. 개별 채권은 만기가 오면 액면가를 받지만, 만기가 없는 상품은 그 회복 경로가 다릅니다.
- 금리 시나리오를 한 번 곱해 봅니다. 듀레이션 곱하기 예상 금리 변화폭이면 끝입니다. 1%포인트가 더 오르면 얼마인지, 1%포인트가 내리면 얼마인지 두 줄만 적어 두면 뉴스를 볼 때 숫자가 먼저 떠오릅니다.
- 큰 변동에서는 볼록성을 기억합니다. 위 계산처럼 실제 손실은 근사보다 작게 나오고, 금리가 내릴 때는 근사보다 크게 오릅니다. 장기채가 하락장에서 덜 빠지고 상승장에서 더 오르는 비대칭이 여기서 나옵니다.
이 글은 특정 상품을 권하거나 금리 방향을 예측하지 않습니다. 금리가 어디로 갈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금리가 1%포인트 움직였을 때 내 채권이 몇 퍼센트 움직이는지는 사기 전에 계산할 수 있고, 그 계산은 곱셈 한 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금리가 오르면 왜 기존 채권 가격이 떨어지나요?
쿠폰은 발행할 때 고정되는데 시장 금리는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새로 나오는 채권이 이자를 더 주면 기존 채권은 값을 깎아야 팔립니다. 깎이는 크기는 남은 현금을 얼마나 오래 할인하느냐로 정해집니다.
듀레이션과 만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만기는 마지막 원금을 받는 날이고, 듀레이션은 이자까지 포함해 현금을 평균적으로 언제 받는지를 나타냅니다. 제가 계산한 값으로 30년 국채의 만기는 30년이지만 수정 듀레이션은 22.8년이었습니다.
듀레이션으로 손실을 어떻게 계산하나요?
가격 변화율은 대략 수정 듀레이션에 금리 변화폭을 곱한 값입니다. 듀레이션 17인 상품이라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약 17% 하락을 예상합니다. 변동이 클 때는 볼록성 때문에 실제 손실이 이보다 작게 나옵니다.
채권이 안전자산이라는 말은 틀린 건가요?
가리키는 위험이 다릅니다. 미국 국채는 돈을 떼일 신용위험이 사실상 없지만, 중간에 팔 때 값이 달라지는 금리위험은 만기가 길수록 커집니다. 2022년에 깨진 것은 전부 금리위험 쪽이었습니다.
참고 자료
-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Daily Treasury Par Yield Curve Rates” (2021-12-31 및 2022-12-30 공시치. 2년 0.73%→4.41%, 10년 1.52%→3.88%, 30년 1.90%→3.97%)
- Bloomberg U.S. Aggregate Bond Index 2022년 총수익 -13.01% (1976년 산출 개시 이래 최저), Bloomberg U.S. Long Government/Credit Index 2022년 총수익 -27.09%
- S&P Dow Jones Indices, S&P 500 2022년 총수익 약 -18.1% (2008년 이후 최악)
- 본문의 채권 가격·듀레이션·볼록성 수치는 위 재무부 공시 금리를 입력값으로 직접 계산했습니다. 반기 쿠폰, 액면 100 기준입니다.
결론
| 번호 | 요약 |
|---|---|
| 1 | 2022년 금리 상승폭은 2년물이 30년물보다 1.8배 컸습니다. |
| 2 | 그런데 가격 하락은 30년물이 2년물의 5.2배였습니다. 종합채권 -13.01%, 장기채 -27.09%입니다. |
| 3 | 차이를 만든 것은 듀레이션입니다. 2년 국채 2.0년, 30년 국채 22.8년입니다. |
| 4 | 듀레이션 근사는 -47.3%였고 실제는 -36.2%였습니다. 11%포인트 차이가 볼록성입니다. |
| 5 | 안전자산은 신용위험이 낮다는 뜻이지 가격이 안 움직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
지금 보유하고 계신 채권 상품이 있다면 설명서에서 평균 듀레이션 한 줄만 찾아보시면 됩니다. 그 숫자에 1%포인트를 곱한 값이,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일 때 예상되는 손익률입니다. 사기 전에 알 수 있는 숫자였는데 2022년에는 많은 돈이 그 곱셈을 하지 않은 채 들어가 있었습니다.
다음 단계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보유 중인 채권 상품의 평균 듀레이션을 확인합니다. 둘째,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와 내릴 때의 손익률을 두 줄로 적습니다. 셋째, 그 돈을 만기까지 둘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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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데이터의 최종 확인일은 2026년 9월 18일입니다. 본문의 수익률과 가격은 해당 시점에 공시된 값으로 계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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