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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훈킹강의/└ 03. 나의 가치를 확인할때

나의 자기계발 연대기

by 훈킹 2020.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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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심리학을 전공한 선배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의 원동력은 불안감이구나.”
그 불안은 아마도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을 거다.
사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한 번 직업은 평생 직업이었고, 한 번 직장은 평생 직장인 경우가 많았다.
평생직장이 옛 추억의 말이 되어버린 지금은 학업을 마치고 취직을 한 뒤에도 대부분 자기계발을 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다. 나 역시도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시작해서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정확하게 내가 앞으로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학은 기본이고 가장 최근에는 독서모임까지 손을 안 대본 게 없을 정도다.

나는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자기계발이 필요할까를 늘 생각했다.
학창 시절 다양한 어학 과목 수강(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방학 때는 어학연수를,
3학년 때는 교환 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등 대학생활 내내 교실 문이란 교실 문을 모두 두드렸고,
각종 강의와 연수로 내 학창시절의 빈틈을 채웠다. 결국엔 공부한 것과 전혀 상관없는 국내 대기업에 취직을 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취직 이후에도 자기계발은 멈추지 않았다. 대학원 준비를 위해 퇴근 후 일과를 경제학과 회계·재무 강의로 채웠고,
대학원 졸업 이후 투자은행의 기업분석 일을 맡게 되면서, CFA 학원을 다녔고, 목표하던 애널리스트가 되었다.

애널리스트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으니 또 다른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의 호황에 따라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직업이다.
애널리스트 40대 되면 거의 못하는데 그 뒤에는 난 뭘 해야 되나?’ 새로운 고지는 미국 회계사였다.
AICPA 자격증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니며 필요 학점을 따고, 시간이 좀 흘러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학점을 취득하고 300달러라는 거금을 내고 시험 응시 자격증명까지 다 받았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애널리스트와 회계사, 분명 같은 재무제표를 보는 일인데 애널리스트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 회계사의 입장에서 보는 것은
천지차인 것이 아닌가. 결국 내 적성은 아닌 것 같아서 관두었다. 아무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결국 내가 어느 정도 좋아하고 즐기지 않으면 못하겠구나 뭘 하든 내가 좋아해야 결국은 오래 가는구나라는 깨달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교훈이었다. 그거 하나 큰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수백만 원을 털어 넣은 채 발을 뺐다.
영어부터 시작해 독일어·스페인어·일본어·중국어 공부, 어학연수와 교환학생, 글쓰기 수업과 카피라이팅 강좌,
경영학과 대학원 진학과 그것을 위해 드나들었던 경제학, 회계·재무 학원. CFA AICPA 준비, 그리고 사이버대학교.
흔히 자기계발이라고 불리는 일 중 내가 그동안 해온 것이다.
물론 모두 목표치만큼 이루지 못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은 것은 꼭 그만큼 도움이 되었고,
그러지 못했던 도전도 예상하지 못한 데서 도움이 되었다. AICPA 공부는 지금으로서는 삽질이라고 자평하지만,
갑자기 50대에 또 공부하고 싶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20대부터 끊임없이 배운 다양한 외국어는 내 인생의 가장 큰 무기가 되어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그 순간에는 적성에 맞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도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일단 발이라도 담가봐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꼭 실용적인 목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도 미친 듯이 즐겁게 한 일은 훗날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누구나 처음에 뭔가 손을 댈 때 그게 잘 맞을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까 하는 망설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딪히고 깨져 보기라도 하지 않으면 이게 나랑 잘 맞는 것인지 아닌지도 영영 알 수 없지 않은가! 다양한 삽질을 해 보지 않았다면 나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아직도 못 찾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계발을 하면서 늘 스티브 잡스가 말한 유명한 구절을 떠올린다. “인생의 경험이라는 점들이 어떻게 연결돼 그림이 완성될지는 미리 알 수 없다. 나중에 되돌아봐야만 알 수 있다. 그러니 그 점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것임을 믿어야 한다.” 그래서, 김부장의 자기계발 연대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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