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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훈킹 웹진

인생에서 중요한 것

by 훈킹 2006.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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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중요한 것, 이라는 주제를 듣고 생각해봤다. 그게 뭘까? 중요하다는 것은, 그걸 얻기 위해서 평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일까? 혹은 이미 주어진 것을 절대로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인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일까? 그것은 목표일까, 아니면 어떤 태도 같은 것일까. 중요하다는 단어는 너무 모호하다.

사실 잘 모르겠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란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물론 행복, 가족, 건강 등 보편적인 가치 몇 가지는 떠올릴 수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답할 것이다. 하지만 행복이란 대체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행복의 기준도, 조건도 다를 것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한가, 마음이 풍요로우면 행복한가. 마음의 행복은 어떤 정도가 되어야 가능한 것일까. 돈과 마음의 행복 중 하나를 택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가족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가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일까? 물론 가능하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경우. 하지만 현실에서 보는 것처럼, 이상적인 가족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 자식 간에, 형제간에, 부부간에 배신하거나 속이는, 폭력적인 관계로 전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건 의지만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을 얻겠다고 해서, 그것이 수월하게 손에 잡히는 건 아니다.

수많은 처세술 책을 보면, 어떠어떠하게 무엇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조건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세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승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을 알고, 중요한 것을 원한다고 해서,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행한다고 해서, 원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처세술 책을 보면, 너무 낙관적이다. 경쟁사회의 논리는, 모두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나누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누구나 소수의 승리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일종의 하얀 거짓말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찾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건 추상적인 단어나 개념 같은 것은 아니다. 물론 말할 수 있다. 행복, 건강, 가족 모두 중요하다. 따뜻한 가족과 함께, 행복을 누리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인생에서 분명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추상적인 개념에는 현실적인 조건이 개입되지 않는다. 오히려 동화적인 판타지에 가깝다. 누구나 동의하는 이상적인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의 뇌와 육체가 하나의 통일성을 갖는다면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중요한 것을 추구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중요한 것을 찾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말로 뭐가 중요한지는 무언가를 이룬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전까지는, 중요한 것을 찾기 위하여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자신의 본성에 맡기고, 자신이 느끼는 즐거움을 찾아서. 2차 대전 당시 폴란드에 코르작이라는 유태인 의사가 있었다. 코르작은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런데 그는 늘 말했다. "다른 이와 명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척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입니다. 사람들은 카드놀이나 여자를 좋아하기도 해요. 경마에 빠지는 사람도 있죠. 저는 애들을 사랑합니다. 그건 결코 희생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한 일이거든요. 제가 원해서 해요. 겉으로 드러난 희생을 믿지 마십시오. 사람을 현혹시키는 가식적인 것이니까요." 그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살았고, 기꺼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행복이나 헌신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삶’이었다.

나는, 인간이란 결국 자기를 위해 사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 자신의 초월을 위해서, 모호한 세상을 헤엄쳐 가는 것. 중요한 것은, 타인이 만들어 놓은 위대한 가치와 개념이 아니라, 정말 자신을 위한 즐거움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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