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자기개발] - 좋은 파트너가 돈을 부른다
신문 지면에 등장한 사진이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골퍼와 캐디가 서로 안고 환하게 웃으며 등을 감싸고 있는 사진이다. 사진의 주인공은 최경주. 프로골퍼 최경주는 우승을 하면서 그 우승의 공을 그와 함께 한 캐디에게 돌렸다. 프로 골퍼에게 캐디는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이다. 사용해야 할 채를 조언하고, 그린을 읽을 수 있도록 제시한다. 골퍼가 우승을 하면 캐디는 기본 금액이외에 우승의 상금에서 일정 금액을 추가로 보너스로 받는다. 둘은 함께 여행을 하며, 함께 먹고, 함께 코스를 돌며 그린 상태를 점검 한다. 서로 중요한 존재이다. 마음 상태를 읽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돕는다.
골퍼에게 캐디는 장비를 짊어지고 이동하는 짐꾼이 아니라 동료이며 파트너이다. 이런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가기도 하지만 대개 성적이 떨어지면 다른 캐디를 찾아 나선다. 잦은 교체는 그 만큼 실력을 내지 못한다는 것과도 같다. 캐디 교체로 일시적으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슬럼프로 들어갈 확률도 더 크다. 캐디 구인에 따른 금액 부담을 느껴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기도 한다. 골퍼로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아버지가 그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그도 한계가 있기에 전문 캐디에게 그 역할을 넘긴다.
명감독으로 이름을 날리는 김성근 감독, 그가 시즌 중에 옷을 벗었다. 그간 쌓아온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SK구단은 감독대행 체제를 구축해서 그로하여금 자리를 대체케 했다. 그때 그와 함께 했던 코치들도 함께 물러났다. 감독과 코치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서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작전을 짠다. 부문별 코치는 감독이 하고자 하는 바 대로, 감독의 작전 지시를 전달하고 선수들을 훈련시킨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선수는 성장하고, 시즌 중에 제 기량을 보여준다. 두 영역간 분란이나 다툼이 있다면 그것은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결과는 성적이 말을 해준다. 감독퇴진으로 함께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 하지만 사실 쉽지 않을 수 있다. 일 자리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팀으로 움직인다. 파트너라 여기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초창기에 ‘공동대표’ 체제가 많았다. 벤처기업에 투자를 한 투자회사는 자신들의 대표를 내세워 일을 하고자 한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해서 명목 상의 공동대표를 내세워 일을 간섭하게 하고 서로 통제를 하려 한다. 대부분의 결과는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좋지 않은 결과를 냈다. 결재라인의 이원화로 부서장들은 한 사람에게만 받아도 결재를 두 사람의 도장을 같이 받아야 했다. 일이 생기면 두 사람에게 물어 확인해야 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진정한 파트너로서의 관계였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서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고 목소리를 내려했다. 좋게 생각하는 쪽으로 해서 추진했지만 오히려 일을 방해하는 구조다. 일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을 두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크다.
‘아는 사람, 친구와는 동업을 하지 말라’고 말린다. 잘 된 것보다는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돈 갖고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누가 더 돈을 더 많이 투자를 했는지, 일을 더 많이 했는지를 놓고 말이다. 안될 때는 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돈이 벌리면서 제 역할을 내세우고 결재권을 가지려고 한다. 빛을 보려보고, 서로 자신의 지분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계약조건을 그렇게 내세우고 한 것이 아니면 더 하다. ‘그런 것이 뭐가 필요하냐, 우리 사이에 믿고 하는 거지, 너를 믿는다.’ 어디 그런가. 싸움에서 진 사람은 결국 물러나고 친구 사이에 우정은 물 건너간 일이다.
수익은 5 대 5
서로 잘 될 것 같은데 이렇게 싸움나고 분쟁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세 가지이다. 기본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며, 두 번째는 신뢰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윤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돈에 대한 욕심으로 지분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는 옛날 이야기로만 존재한다.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며 더 많은 것을 가져야만 한다. 공동대표가 대내외적으로 역할이 구분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손해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상대가 더 빛을 받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게 쉬운 일인가. 제 역할을 요구하지 않고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다.
이 세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사례는 없는가. 결론부터 꺼내면 그것에 만족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일에 대해서 치열했고, 돈에 대해서 공평했으며 사람에 대해서 관대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수익을 똑같이 배분한다. 따라서 수익을 창출하는 중심인물이 아무리 자주 바뀌는 분야라고 해도 반드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치어리더 역할을 하게 된다. 조건은 대등하고, 대등한 대우는 확실히 보장된다. 아, 안심이군. 걱정할 일이 없네. 그러니 편안한 마음으로 창작을 하자.’ 이것이 할리우드는 물론 다른 여러 분야의 다른 여러 파트너 관계들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자존심과 기여도 경쟁을 두 사람이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 이야기는 론 하워드와 브라이언 그레이저의 관계를 설명한 부분. 이 둘은 이메진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25년간 함께 파트너로 지냈다. 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최근 영화로는 ‘프로스트 대 닉슨’, ‘신데렐라 맨’,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봤지만,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똑같았다. 누가 어떤 일을 하든, 성과를 올린 것과 상관 없이 영화 한 편을 찍어도 텔레비전 드라마 한 편을 찍어도 별의 별 일을 해도 수익은 5 대 5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이를 두고 ‘점잖고 현명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협력의 관계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이들은 어떻게 비켜가며 남들이 우러러 보는 자리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이둘의 관계와 유사한 몇몇 인사들의 파트너를 살펴보고, 그들이 안고 있는 삶의 공통점을 찾아보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싸우지 않고, 손해보지 않고, 똑똑하게 함께 일하는 기술’, 다소 긴 제목인데, 다르게 제목을 달아본다면 파트너에 대한 윤리적인 정의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 마이클 아이즈너 역시 디즈니사에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는데 그 바탕에는 그의 파트너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의 파트너를 비롯하여,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의 파트너, 멜린다 게이츠에 대한 이야기, 양키스를 명문 구단으로 부활시킨 뉴욕 양키스의 조 토리와 돈 짐머에 대한 이야기 등 10여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21년간 월트 디즈니사의 최고경영자로 일한 마이클 아이즈너의 파트너는 프랭크 웰스. 그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그가 전혀 주저 하지 않고 열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이런 전폭적인 지지를 표현하는 방식의 하나였다. 그의 이런 반응은 결과적으로 회사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 우리 둘 사이에는 감정을 건드리는 행동도, 자기 중심적인 행동도, 가슴 깊이 숨겨진 불만도 없었다. 한두 번쯤 있었던 것 같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파트너였고, 우리의 생활은 늘 회사에 유익한 결정 사항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빛’은 한 사람에게로만…
이 책에 소개되는 파트너 관계의 사람들은 저자의 인맥 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사례들로 만들어졌는데 저자도 이를 염려하듯 나름대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려고 애썼다고 말한다. 위에서 3가지 기준을 이야기했는데, 하나를 더 들어본다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일’이다. 상대의 말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곤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불만이나 불편한 것들을 상대와 풀어나갔다. 혼자서 앓거나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떠들 뿐이다. 이 책 속의 파트너,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문제 당사자와 문제를 풀려고 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 내 상사는 당신이지. 하지만 나는 미라처럼 앉아 있진 않을 거네. 나는 이것저것 제안을 하겠지만, 당신이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언짢아하지 않을거야. 당신은 상사이고, 기자들 앞에서 답변을 해야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니까. 하지만 나는 무엇이든 머리에 떠오르면 당장 당신에게 가서 이야기할 거네. 내가 이것저것 재면서 당신에게 이 말을 해도 될까 망설이는 없을 거라구.”
1996년부터 2009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신이 이끄는 팀을 플레이오프전과 월드 시리즈에 진출시킨 뉴욕 양키스 조 토리 감독의 파트너 벤치 코치 돈 짐머의 이야기이다. 자신은 일을 돕는 사람이라는 것,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그것으로 감독을 보좌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 했다. 상대가 갖고 있는 것을 빼앗아 내 것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 하는 것, 그것이 파트너이다.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기기 위해 자료를 속이고, 발생된 수익을 공평하게 나누지 못하고 따로 챙기는 그런 ‘못난 파트너’가 아니다. 같이 함께 잘 해보자고 해서 일을 시작하지만 돈 문제로 갈라서는 일들이 많다. 한 사람은 투자를 하고, 한 사람이 실무를 한다고 역할을 나누지만 이익 앞에서는 그도 소용이 없다. 신뢰가 기본적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앞에 두 사람이 함께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는 없다. 이들 파트너는 그러한 것을 알았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잘 알았다. 상대를 통해서 일을 하는 즐거움을 찾고, 그것으로 만족할 줄 알았다. 뒤로 물러나 앉아 있을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함께 일하는 것 그 즐거움으로 족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와 그와 반세기를 함께한 파트너 지안카를로 지아메티 그들이 그랬다. 걸작을 만드는데만 신경쓰도록 하고 나머지 문제는 지안카를로 그가 도맡아 처리했다. 그는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과시하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영예는 한 사람만 누려야 합니다. 영예를 반으로 나누면 안 되지요.”
책 속에서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겠다. 어떻게 문제 없이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전혀 다툼이 없고 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게 그들을 남과 차이가 나게 만들었다. 일을 만들기는 하지만 문제는 풀지 못한다. 곪아 터져야 뒤늦게 깨닫는다. 그러기 전에 문제를 해결했다. 줄을 잘 서는 것만 생각 하지, 어떤 사람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 다음이다. 누구의 줄이 더 샌가만 생각한다.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하는 일을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돌아보라. 반대로 내가 역으로 밀어주고 그가 성장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그러한 능력을 묻혀두고만 있지는 않은지.
한 후배는 그의 상사가 옮겨 가는 회사로 함께 옮겨다닌다. 먼저 옮긴 다음 자리를 잡고 팀원으로 추천을 한다. 한 출판사에 일하던 사람은 그 팀의 팀장이 독립을 하자, 함께 나가 독립회사에 참여를 했다. 혼자서 움직이지 않고 항상 그렇게 같이 움직여 줄 수 있는 ‘기둥’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성장하는 것 만큼 쳐지는 부분도 고려해야하지만, 일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기쁨도 함께 나누지만 무엇보다 고통과 좋지 않은 시절을 함께 보내고 의지하는 힘이 함께 할 수 있는 믿음을 만들고, 오랜시간이 지나도록 파트너로 지낼 수 있음을 생각한다.
이 시간 경제적인 혹은 정신적인 ‘짝’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짝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으로 본다.
싸우지 않고, 손해보지 않고 똑똑하게 함께 일하는 기술
마이클 아이즈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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